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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의 산 지리산 칠선계곡 1,915m / 경남 함양군 마천면, 산청군 시천면] 지리산의 마지막 원시계곡, 신비로운 비밀의 길을 가다

  • 글·사진 |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5~6월, 9~10월 예약자에 한해 산행 가능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더불어 지리산 칠선계곡을 꼽는다. 이는 계곡이 길고 깊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거칠고 험준하다는 얘기다.

칠선계곡은 천왕봉을 가운데 두고 중봉과 제석봉 사이에서 북쪽으로 뻗어 내린 긴 골짜기다. 지리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올라 보고픈 동경의 대상이다.

그러나 1999년부터 국립공원특별보호구(자연휴식년제)로 지정돼 평소에는 출입이 엄격히 금지돼 있었다. 그러나 2008년부터 예약자에 한해 연중 4개월만 한정적으로 탐방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는 상반기엔 5~6월, 하반기는 9~10월 운영한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의 안내로 칠선계곡을 올랐다. 코스는 추성마을 주차장에서 시작, 두지동~선녀탕~비선담~출입통제소~칠선폭포~대륙폭포~삼층폭포~마폭포~천왕봉~제석봉을 거쳐 장터목산장에서 1박을 했다. 다음날 제석단 갈림길~망바위(거북바위)~소지봉~참샘~하동바위~백무동탐방지원센터까지 16.8km다.

1988년 1월 히말라야 등반을 앞두고 동계훈련을 위해 찾은 것이 마지막으로, 28년 만에 칠선계곡에 들었다. 그동안 기억 속에 갇혀 있던 칠선계곡은 변화의 부침이 많았음을 알 수 있었다.

들머리인 추성리는 더 이상 시골마을이 아니다. 산채나물에 막걸리를 내주던 구판장도 없어지고 집들도 양옥에 펜션까지 들어서 낯선 동네가 되었다. 

이정표(두지동 1.2km, 선녀탕 3km)와 각종 안내판이 국립공원임을 알려 준다. 깔딱고개를 넘으면 초암능선과 두지동 사이 푹 팬 칠선계곡 초입이 드러난다. 출발하고 30분쯤에 닿은 두지동(옛 두지터)도 변화의 물결은 피하지 못했다.

네 가구가 전부인 두지동은 지형이 쌀뒤주를 닮아 붙은 지명이다. 가락국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 신라군에 밀려 인근 국골에 진을 치고 식량창고로 이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빨치산 이현상 부대가 임시사령부를 두기도 했었다.

두지동을 뒤로하고 산모퉁이로 돌아들면 출렁다리로 된 칠선교에 선다. 흔들리는 다리에 천지를 진동하는 듯한 계곡물 소리까지 더해져 정신이 멍멍하다. 다리를 건너면 계곡과 차츰 멀어지는 비탈길이다. 숨소리가 약간 거칠어질 무렵 평탄한 길로 바뀌며 옛 칠성동마을을 만난다. 인적은 느낄 수 없고 개 짖는 소리만 요란하다.



1 칠선계곡 칠선교에 서면 흔들리는 다리에 천지를 진동하는 듯한 계곡물 소리까지 더해져 정신이 멍할 정도다. 2 까탈진 산길이지만 험로에 놓인 외나무다리는 정겹기만 하다.


산길은 국립공원의 관리와 정비로 많이 바뀌고 좋아졌다. 계곡과 떨어진 산허리로 길을 돌리고 관리도 잘 이뤄지는 듯하다. 물소리가 가까워지면서 계곡으로 내려서서 거슬러 오른다. 일곱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선녀탕이 반겨준다. 푸르디푸른 하늘과 초록의 나뭇잎이 맑고 깨끗한 선녀탕의 수면을 수놓는다. 급류에 휩쓸려온 돌과 자갈로 메워져 옛 풍치는 잃은 것 같다.

운치 있는 아치형 나무다리를 건넌다. 산천초목이 싱그러운 5월의 칠선골은 온통 청록색이다. 비경은 연이어져 발걸음을 옮기면 옥녀탕이다. 칠선계곡에서 가장 넓고 아름다운 소(沼)로 비경의 절정을 이룬다. 좌우로 치솟은 암벽 사이로 비스듬히 내리붓는 급류를 집어삼키는 옥녀탕은 장관이다. 옥색의 물빛에 하늘을 뒤덮은 울창한 원시림 그림자까지 더해 신비롭기까지 하다.

계곡 옆의 데크를 따라 오르면 하늘과 숲이 그대로 물속에 잠긴 듯한 비선담을 만난다. 계곡에 숨어 도를 닦던 신선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연못이다. 세월에 닳고 물살에 깎인 바위와 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이중주를 연출한다.

비선담 위로 걸쳐진 출렁다리를 건너면 ‘자연휴식년제 출입금지’라는 팻말과 함께 길은 막혔다. 이곳까지는 산불방지통제기간을 제외하고 항상 개방돼 있다. 여기서부터 천왕봉까지는 출입이 엄격히 금지돼 있는 것이다.


1옥녀탕. 칠선계곡에서 가장 넓고 아름다운 소(沼)로 비경의 절정을 이룬다. 2 리산 천왕봉에 올라서면 삼라만상이 발아래로 보인다


천왕봉까지는 5.4km다. 원시계곡이 그대로 펼쳐진다. 인공보조 시설물도 전혀 없다. 옛 목기막터가 있었다는 산죽 밭을 지나 계곡을 건너야 한다. 계곡 옆에 청춘홀이라는 작은 바위굴이 있다. 과거 목기를 만들던 인부들이 지내던 곳이다. 아마도 칠선계곡이 통제되기 전 이곳을 오르내리던 청춘남녀들이 한데 모여 쉬었던 것에서 유래한 듯하다. 

지리의 장엄함 뭉클한 천왕봉

거친 산길에 경사도 가파르다. 계곡에 걸린 칠선폭포는 또 다른 절경이다. 원시의 계곡과 어우러진 폭포의 모습은 웅장하다. 암벽을 타고 쏟아지는 물줄기는 계곡을 진동한다. 치마폭포를 시작으로 칠선폭포, 대륙폭포, 좌선폭포, 삼층폭포뿐 아니라 이름 없는 폭포까지 가세해 물길을 잇는다. 선녀탕에서 비선담까지 담과 소로 이어진 골짜기라면, 이곳은 폭포수골이다. 골짜기의 냉기는 뜨거운 태양도 녹일 것 같아 등골이 오싹하다. 물소리가 잦아들 즈음이면 천왕봉과 중봉, 하봉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만나는 합수골을 지난다.




멀리 제석봉이 보일 즈음이면 산사태로 떠밀려온 바윗돌을 넘어야 한다.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아름드리 구상나무, 가문비나무 등이 여기저기 쓰러져 길을 막는다. 오래 전 쓰러진 통나무는 이끼를 덮어쓰고 산화해 간다. 덩굴나무를 헤치고 나아가야 하는 까탈진 산길이지만 험로에 놓인 외나무다리는 정겹기만 하다. 오랫동안 통제했던 탓인지 산길도 주변 지형도 낯설기만 하다.

제석봉이 더욱 가까워진다. 길섶의 양지에는 군락을 이룬 엘레지 꽃이 화사하다. 고도가 높아지며 하늘도 넓어진다. 높이가 더해질수록 계절은 점점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나뭇잎은 새순인 상태로 추위에 떨고 있다. 두 가닥의 물줄기가 포말을 일으키는 마폭포에 닿는다. 칠선계곡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마지막 폭포, 또는 천왕봉과 중봉 사이의 물줄기와 천왕봉과 제석봉 사이의 물줄기가 서로 마주보며 만난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제 천왕봉까지는 1.6km, 수직고도차는 500m. 계곡은 끝나고 천왕봉을 오르는 마지막 고비만 남았다. 청정 계곡물로 수통을 채운다. 급격하게 치오르는 비탈길에 마지막 남은 힘을 쏟는다. 하늘을 가린 아름드리 거목들이 터널을 이뤄 한낮인데도 숲은 컴컴하다. 마지막 구간의 너덜지대는 걷는다기보다는 네 발로 긴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철계단을 올라서면 하늘이 열리고 철쭉나무 사이로 천왕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천왕봉에 올라서니 삼라만상이 발아래로 보인다. 지리의 장엄함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그 장엄함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발걸음을 재촉해 지리능선의 파노라마를 바라보며 장터목산장으로 내려선다. 일몰을 보면서 장터목산장에서 하루를 묵었다.

다음날 백무동으로 내려선다. 제석단 갈림길을 지나자 길게 패인 칠선계곡 너머로 삼봉산과 백운산, 저 멀리 덕유산 연봉이 운해 위에 떠있다. 선경이 따로 없다. 콸콸 쏟아지는 참샘의 물은 시원하다 못해 오장육부를 얼어붙게 한다. 하동바위를 지나 백무동 탐방지원센터까지는 길이 좋아 한달음에 내려올 수 있었다.



천왕봉에서 장터목산장으로 내려서면 지리산 줄기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산행길잡이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칠선계곡 탐방 예약ㆍ가이드제를 연중 4개월에 한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상반기엔 5~6월, 하반기는 9~10월에 운영한다. 매주 월요일에는 올라가기(추성마을 주차장~비선담~천왕봉까지 9.7km), 토요일엔 되돌아오기(추성마을 주차장~삼층폭포~추성마을 주차장까지 13km) 프로그램이다.

예약은 국립공원 예약통합시스템(reservation.knps.or.kr)에서 신청해야 한다.

선착순 60명이며, 국립공원 직원이 천왕봉까지 동행한다. 천왕봉에 오른 후 개인의 체력에 따라 당일 중산리 또는 백무동으로 하산할 수 있으며, 장터목산장이나 로터리산장에 1박할 경우 개인이 별도로 인터넷 예약을 해야 한다.

추성마을 버스종점~두지동~칠선교~선녀탕~옥녀탕~비선담~칠선폭포~대륙폭포~
삼층폭포~마폭포~천왕봉~장터목대피소~망바위~소지봉~참샘~하동바위~백무동 탐방지원센터~백무동 시외버스터미널 <11시간 소요>

백무동 시외버스터미널~백무동탐방지원센터~하동바위~참샘~소지봉~망바위~
장터목대피소~천왕봉~로터리대피소~망바위~칼바위~중산리 버스정류장 <8시간 소요>
 
교통(지역번호 055)

칠선계곡 산행은 일단 함양을 경유해야 한다. 함양읍에서 산행 들머리인 추성리까지는 함양교통(963-3745~6) 군내버스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1일 20회 운행한다. 함양 시외버스터미널(963-3281)에서 2분 정도 거리에 군내버스인 지리산고속버스터미널이 있다.

서울→함양 동서울종합터미널(ARS 1688-5979)에서 1일 11회(08:20~24:00) 운행.
서초동 남부터미널(02-521-8550)에서 1일 4회(08:40~23:00) 운행.
부산→함양 서부시외버스터미널(ARS 1577-8301)에서 30~50분 간격(05:40~19:41) 운행.
대구→함양 서부시외버스터미널(ARS 1688-2824)에서 1일 15회(06:33~19:40) 운행.
대전→함양 대전복합터미널(ARS 1577-2259)에서 1일 10회(07:00~20:10) 운행.
진주→함양 시외버스터미널(741-6039)에서 10~20분 간격(06:00~21:30) 운행.

숙식(지역번호 055)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하므로 숙식은 추성리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추성리에는 민박이 많으며 최근 펜션도 생겼다. 칠선휴게소(962-5494), 추성산장(962-2422), 통나무산장(963-8603, 예그리나펜션(962-2258) 등이 있다. 예약을 하지 않아도 숙박은 물론 식사도 가능하다. 또 칠선계곡 산행은 취사를 할 수 없기에 미리 민박집에 중식용 도시락을 주문하면 된다.


출처 : [대구산장산악회]-[아웃도어스쿨]
글쓴이 : 김상훈[길이끝나는곳에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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